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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수영선수 김세진군, 3년만에 인도네시아 재방문…
몸 커진 義동생에 새 다리 선물
"한국에서 장애인은 코끼리 나라의 병아리지만, 다리가 없는 제가 누군가의 다리가 되고 희망이 될 수 있다니 기적 같아요."
로봇다리 수영선수로 유명한 김세진(16)군은 지난 15일 어머니 양정숙(45)씨와 함께 인도네시아 와잉가푸에 가서 동생 넬디(12)를 만나고 왔다. 김군은 지난 2009년 9월 사고로 오른쪽 다리를 절단한 넬디의 다리 수술을 위해 발리에서 넬디를 처음 만났고, 이번이 두 번째다.
2009년 초, 넬디는 오토바이 사고를 당한 뒤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오른쪽 다리를 절단했다. 물도 전기도 없는 마을에서 물고기를 잡아 아이 3명을 포함한 다섯 가족을 먹여 살리는 넬디의 부모는 다리를 다친 넬디를 무당에게 맡겼고, 상처 부위에 나뭇잎을 덮어둔 채 방치됐던 넬디는 결국 오른쪽 다리를 잃게 됐다.
김군은 2009년 6월 국제어린이양육기구 한국컴패션의 사진전에서 필리핀과 태국 등의 후원아동들 사진을 본 뒤 후원 신청을 해 넬디를 후원하게 됐다. 몸이 아픈 아이인 줄만 알았던 후원아동 넬디의 첫 편지를 받은 김군은 자신처럼 오른쪽 다리가 없는 넬디의 사진을 보고 동생에게 다리를 선물해주기로 결심했다. 그해 9월, 김군은 어머니 양씨와 직접 인도네시아 발리로 건너가 넬디의 다리를 치료해주고 자신이 쓰던 의족을 선물했다. 그리고 지난 15일 김군은 그동안 부쩍 성장한 넬디에게 맞는 새 다리를 주기 위해 넬디가 사는 인도네시아 와잉가푸를 찾았다.
3년 만의 만남이지만 두 사람은 그간 나눴던 편지를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손을 잡고 걸었다. 김군은 "처음엔 자신보다 심한 장애를 갖고있는 저를 보고 실망했다던 넬디가 이제는 저를 깍깍 세진(인도네시아어로 세진형 이라는 뜻) 이라고 부르며 "형이 아니었으면 집에서 잠만 잤을 텐데 이제 꿈이 생겼다"고 한다고 말했다.
선천성 무형성 장애를 가진 김군은 오른쪽 다리는 무릎 아래가, 왼쪽 다리는 발목 아래가 없고, 오른손은 엄지와 약손가락만 있다. 2009년 런던 세계장애인수영선수권대회에서 접영 50m, 자유형 150m, 개인 혼영 200m 금메달을 따 3관왕에 올랐다. 평소 독일산 티타늄 의족을 사용하는 덕에 로봇다리 수영선수라는 별명도 얻었다. 그는 지난해 성균관대 스포츠과학과에 합격해 성균관대 최연소 입학 기록도 세웠다.
하지만 어머니 양씨는 "남들은 아들이 잘나가서 좋겠다고 부러워하지만 나는 아들의 스펙이 자랑스럽기보다 다른 사람을 생각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진 사람으로 컸다는 것이 더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김군은 넬디 외에도 한국 어린이 2명을 더 후원하고 있으며 일주일에 한 번씩 보육시설을 찾아가 봉사활동도 한다.
_ 조선일보 2013.03.25